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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논단] - 변준석의료원장(매일신문)
작성일
2013-02-27 15:15:10
작성자
기획처
조회
804

분노 끌어안기

분노는 자기 요구의 실현을 부정 및 저지하는 것에 대한 저항 결과 생기는 정서이다
.

그러므로 분노 자체는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스테판 에셀은 3500만 부나 팔린 책 'INDIGNEZ VOUS!'(분노하라!)에서 대중들에게 창조적 분노로 사회 개혁을 이룩하자고 외치며 분노할 줄 아는 능력은 인간의 구성 요소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자연스럽고 창조적 효용성까지 지닌 분노는 그 해결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찜질방에서 코를 골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살해하고, 실업을 꾸중하는 아버지를 자식이 살해하고, 지하철역에서 몸이 부딪쳤다고 행인을 살해하고, 아파트 위층의 소음으로 이웃을 살해하고, 악플로 무차별적인 인격 살인을 자행하는 요사이 우리 사회의 분노 표출 양식은 창조적 분노와는 전혀 다른 분노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적 분노 현상이 단발성의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사회병리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원인은 우리 생존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존 가치가 존재 가치를 추월해버린 것이다. 밤낮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가족도 동료도 이웃도 모두 싸워서 이겨야 하는 상대 경쟁자가 되어버렸고, 그 경쟁마저도 불공정하다고 느낀 대다수는 이 사회의 불특정 다수에 대하여 비정상적인 폭력적 분노를 가하는 것이다.

'' 하는 생활 분노의 원인을 살펴보면, 어떠한 환경이나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자신에 대한 분노를 타인에게 전가시킴으로써, 자신에 대한 화와 분노를 타인에게 쏟아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은 자신의 성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자신의 분노 조절 능력의 한계에 부딪힐수록 다시금 그것이 더 큰 분노로 자신을 괴롭힌다.

세간에서 화제인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책의 제목은,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정수리를 찌른 제목이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각도 없이 유년기부터 존재감 없는 교실과 사설학원을 전전하며 생존의 수단과 방법만을 훈련받은 껍질뿐인 자아가 인생이란 여정에서 아프고 흔들리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가치 수단이 없는 것이다. 자신에게 방법이 없으니 그 원인을 외부로 돌려 모든 것이 남 탓이 되고, 그것이 쌓이고 심해지면 무차별적 묻지마식 폭력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사회적 외톨이가 최소 100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삶의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종교계가 교세나 이념적 확장의 개념을 벗어나 사랑이라는 범종교적인 사명 의식으로 이 문제를 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끝으로, 의학적인 소견을 피력한다면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분노 현상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화병(火病)이라 한다. ()은 본시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고 물()이란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인체에서는 반대로 불은 내려오고 물은 올라가야 정상적인 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를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 한다. 우리가 어이없는 일을 당하면 기가 막힌다고 하는데 바로 이러한 흐름이 막히거나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로써 울체’(鬱滯), ‘기체’(氣滯)라고 한다.

화병의 치료는 바로 이러한 막힌 기운을 뚫어주고 올라오는 화를 풀어주는 것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간과 심장의 화를 식혀야 하므로 몸의 윗부분은 차게 하고 아래는 따뜻하게 하여주고 걷기나 등산을 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화병은 무엇보다 정신적 안정 즉 본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이다.

조선 후기 개혁과 대통합을 이룩한 군주인 정조도 함양 공부(涵養工夫)가 가장 어렵다. 나는 함양 공부가 부족해서 언제나 느닷없이 화를 내는 병통이 많다고 하며 몸을 닦고 품성을 가꾸는 공부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우리 모두 말과 행동을 삼가고 분별심과 시비심을 버리고 배려하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서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이 모든 삼라만상이 마음이 지어내는 것,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지 않았던가!

변준석/대구한의대학교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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