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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논단] - 변준석의료원장(매일신문)
작성일
2013-01-22 11:59:48
작성자
기획처
조회
760

 
천수(天壽)의 복(福)을 기원하며

유명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자살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사회에 이슈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의 죽음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령화, 개인화 같은 사회의 여러 현상과 연결되면서 불행한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적 우려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공자가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서 식사도 못하고 걱정하고 있을 때, 대공임(大公任)이 찾아와 죽음에 대하여 물은 적이 있다. “선생께서는 죽을 것 같소?” “그렇소”, “선생은 죽음을 싫어하시오?” “그렇소.” 천하의 공자도 죽음을 두렵다 하였다. 그러나 『논어』 이인(里仁) 편에서는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도만 깨우칠 수 있다면 죽음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와 같은 소인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인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야 없겠지만, 자구(字句)만으로 봐서는 ‘도’라는 절대가치를 위해서라면 또 다른 절대 가치인 ‘삶’조차도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의 정당성이란 말이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공자도 정당한 죽음에 대해서는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가치부여로 인하여 동양에서는 충신과 열사, 열부들의 죽음이 생겨나고 춘추필법(春秋筆法)과 같은 글쓰기에 의하여 역사적으로 선양되기까지 하였다. 이와 같이 죽음도 명분을 확보하면 아름다운 가치를 창출하며 올바른 삶의 본보기로 교훈까지 제시한다.

그러나 현대에서의 자살이란 구조적인 문제에 당면하고 있다. 상처받은 인간들이 허탈감과 상실감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다는 것이 문제다. 주체가 사회적 지도자나 유명인일 때 파장은 더욱 커진다. 동조자살(copycat suicide)인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가 유발된다는 사회적 병리현상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으니, 바로 이러한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에 따르면 유명인 1명이 자살하면 관련 검색이 2.5배 급증하고, 실제 자살건수는 1.7배가 늘어난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당 33.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3배를 넘는다. 국회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부산시와 경기도는 전문 검사관을 투입하여 원인 규명 및 예방 대책 마련 등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관심과 조치들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도 된다. 영유아기 조기교육 열풍부터 대학 졸업 후 취업, 결혼대란에, 심지어 노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경쟁을 치러내는 과정은 뼈를 깎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어떠한가! 대한민국 작은 땅덩어리 위에 보편적 일상이 되어버린 생존의 무게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자살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기만 한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하여 내린 최종적인 행위인 자살이란 문제에 단발성의 관심과 문제의식을 두기보다, 한 인간의 일생을 통하여 자살이라는 결과를 유발시키는 우리 사회 전 분야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을 제거하는 ‘사회적 생명안전망’을 하루빨리 갖추어, 대한민국이 인간성을 회복하고 살 맛 나는 사회가 되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자살은 마음의 병이다. 한의학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개인도 남 탓, 세상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 지향점이던 ‘무엇’에서 ‘어떻게’라는 지향점을 한 번 만들어 보면 좋을 성싶다.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을 비워야 한다. 비워야 산다. “처음에는 떠나지 않고, 도중에는 깨닫지 못하고, 결국에는 빠져 죽는다”는 말이 있다. 등골이 오싹하지 않는가? 욕심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작은 자는 큰 자리에 처할 수 없고, 어리석은 자는 높은 자리를 엿보아서는 안 된다.” 분수를 모르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해를 미치는 법이다. 타인을 위해서라도 분수에 맞게 마음을 지녀야 한다. 끝으로 삶에 순응하는 지혜로움을 가져보자.

계사년 한 해, 우리 모든 국민이 가벼운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로 천수(天壽)의 복을 누리기를 기원해 본다.

변준석< 대구한의대 의료원장 bjseo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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