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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다 무서운 혈관질환
작성일
2004-06-08 16:18:49
작성자
관리자
조회
3336

암보다 무서운 혈관질환
 
 해마다 우리나라에선 24만여명이 숨진다. 최대 사망원인은 6만명의 사망자를 낳는 암이다. 2위와 3위는 뇌졸중과 심장병인데 각각 4만명과 2만명이 이들 질환으로 숨진다.

 

뇌졸중과 심장병은 부위만 다를 뿐 둘 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생기는 혈관질환이란 점에서 뿌리가 같은 질환이다. 결국 한국인 2명 중 1명은 궁극적으로 암 아니면 혈관질환으로 숨진다는 뜻이다.

 

만일 독자 여러분이 자신의 사망원인을 선택할 수 있다면 두 가지 질환 중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대부분 암보다 혈관질환을 선택한다. 암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는 차라리 암을 선택하고 싶다.

 

1995년 12월 8일까지만 해도 장 도미니크 보비는 지구상에서 가장 잘 나가던 사내였다. 보비는 91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일약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성잡지 '엘르'의 편집장에 올랐다. 엘르는 45년 창간돼 오늘날 전 세계 28개국에서 읽히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패션 잡지다.

준수한 외모와 화술로 프랑스 사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한 그의 얼굴은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이 호텔 꼭대기에 위치한 펠릭스 바는 사면이 유리로 장식돼 홍콩의 야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설계한 프랑스 디자이너 필리프가 손님들이 앉는 의자 뒷면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인사 10명의 얼굴을 그려 넣었는데 보비의 얼굴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 날은 금요일이었다. 아들 테오필과 함께 연극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에 늦을까 노심초사하며 집으로 달려가던 그는 갑자기 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비틀스의 노래 '내 삶 속의 어느 하루'가 귓전을 맴돌면서 깬 곳은 베르크 해양병원 119호실이었다.

 

20일 동안 혼수상태를 거친 뒤 눈을 뜬 보비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자물쇠증후군'이었다. 뇌졸중으로 뇌간(腦幹)의 혈관이 막혔기 때문이다. 심장과 호흡 등 생명에 필수적인 중추는 가까스로 살아 남았지만 왼쪽 눈과 귀를 제외하곤 인체의 모든 운동과 감각 신경이 한꺼번에 마비됐다.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함은 물론 말을 하지도 못하고 음식물이나 침을 삼키지도 못한다. 식물인간 다음으로 위중한 단계의 뇌졸중이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그의 비극이 시작됐다. 한창 출세 가도를 달리다가 졸지에 처참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서적 '잠수복과 나비'는 그의 자전적 병상 일기다. 조수가 불러준 알파벳에 왼쪽 눈꺼풀을 2백만번 이상 깜박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출간 즉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제목에서 보듯 이 책에선 하루 종일 몸에 꼭 끼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답답한 '잠수복'에서 벗어나 한 마리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 날아가려 한 그의 꿈이 잘 드러나 있다. 97년 3월 9일, 책이 나온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은 날 그는 옥죄던 잠수복을 벗고 나비가 되어 저 세상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뇌졸중 등 혈관질환이 암보다 끔찍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예고없이 찾아오므로 인생을 정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암의 경우 고 이주일 씨의 사례에서 보듯 말기암이라도 1년 가까이 생존할 수 있다. 둘째, 사지마비 등 삶의 질을 현저하게 파괴한다. 이주일 씨처럼 월드컵 관람은 꿈도 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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